▲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48년 부산 출생. 부산대 의대 졸업, 15대~19대 국회의원(5선), 전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장,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의장, 전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편집자주)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회장 임정기)은 23일 완전한 지방자치 실시 20주년을 기념해 정의화 국회의장을 상대로 특별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은 “의사 출신인 내가 보기에 중앙은 '비만증', 지방은 '영양실조'로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 국회의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다.

▲지방자치 전면실시 20주년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지난 20년간 지방의 역량과 리더십이 많이 향상되었고, 지역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등 지방자치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하지만 그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자치분권을 이루기에는 크게 미흡하고, 지방의 다양성 추구와 경쟁력 제고에 여전히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사 출신인 제가 보기에 중앙은 '비만증'으로, 지방은 '영양실조'로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최근 들어 '지방자치의 위기'라고 할 정도로 여러 지자체들이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지자체의 수입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여기에 불가피한 복지예산 등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이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다.

이제 성년을 맞은 우리 지방자치가 새로운 모습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강화는 중앙과 지방 모두에게 사활적 과제이자,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비만'과 '영양실조'를 동시에 치유할 수 있는 최고의 처방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방의회 입법권, 지자체 재정자립도 강화해야

▲지방자치의 실시가 한국의 지역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6월 민주항쟁의 결과 탄생된 헌법에서는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 폐지됐던 지방자치를 부활시켰는데,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킨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의 실시 이후 지역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을 선거로 선출하게 됐다. 이는 지역의 일꾼을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함으로써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작년에도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이미 여섯 차례의 선거를 경험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시민의식이 성숙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민의식은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성숙된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방선거 외에도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은 다양한 주민참여제도가 시행됨으로써 지역주민의 참여가 높아지고 시민의식이 성숙되는 계기가 됐다.

다만 지역의 자생력은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재정과 관련해서는 많은 지자체들이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중앙과 지방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성과와 발전 불구 자생력은 아직 부족

▲현재의 지방자치가 6월항쟁 당시 시민들이 요구했던 수준에 부합하고 있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이미 제헌헌법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했으며, 1952년부터 1960년까지 3차례에 걸쳐 지방선거를 실시한 경험이 있다. 이는 지방자치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국민들의 요구가 이미 해방 이후부터 지속돼 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6월항쟁 당시 시민들은 입법권과 재정자립도가 보장돼 실질적인 자치가 가능한 수준을 요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지방자치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먼저 입법권과 관련해 지방의회가 조례제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자치입법의 범위가 법령에 한정돼 있어 사실상 입법권에 제약을 받고 있다. 또한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보좌 인력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재정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심지어 10% 미만인 지자체도 있는 실정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복지비용 등을 지속적으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면서도 지방세 비율은 높여주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입법권 강화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확립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재정자립도 높이기 위한 중앙·지역 협력 필요

▲한국의 지방자치가 20년이 지난 현재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특히 어떤 부분을 보완·발전시켜야 하나.

-지방재정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중요한 물적 토대임에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여전히 8대 2로 유지되고 있고, 지방의 재정자립도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최근 영유아보육비, 기초연금 등의 전면시행으로 인해 지방재정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의 재정부담이 수반되는 국가업무가 지방의 의견수렴 없이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지방은 단지 그 해결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중앙정부는 지방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의 자치권한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지방의 고유사무는 20%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국가의 사무를 위임해서 하고 있는데, 이것은 결국 지자체를 중앙부처의 하부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방으로 내려줄 권한은 빨리 내려주고, 지자체가 자율과 책임을 가지고 스스로의 살림을 꾸릴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6월30일로 활동시한이 종료되는 국회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의 활동시한 연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사실 그거는 연장을 해야 될 상황인데 어려울 것 같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도 (활동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연락이 왔더라. 그러나 좀 힘들 것 같다.

특위가 입법권한이 없다. 논의는 하고 논의 결과를 안행위에 던져주면 안행위에서는 법을 만드는 시스템이라…. 정확히 여야가 어떻게 합의할지 모르겠는데 내가 봐서는 연장해봐야 그 장단 아니겠나 싶다.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자치 확대를 위한 노력을 설명해 달라.

-국회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는 지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및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대책 등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2014년 2월에 본회의 의결을 통해 설치됐으며, 활동기한은 올해 6월30일로 얼마 남지 않았다.

특위가 구성된 지난해에 세월호 침몰 사고 등 대외적 상황으로 인해 활동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특위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입법권 부여 등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었으나, 여야 의원들 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서 특위가 기능할 수 있도록 특위를 상설화하고, 법안심사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 검토해 보겠다. 이 특위에서 지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법률을 심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제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겠다.

지방자치의 궁극 목표는 지역주민의 행복 증진

▲국회와 중앙정부 등 중앙권력은 지방정부의 방만 운영 등을 지적하며, 자치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중앙정부는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소극적이라고만 보긴 어렵다. 지방재정 측면에서는 지방소비세 인상, 지방소득세 독립세 전환 등 지자체의 건전성·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지방재정이 열악하다는 지적과 지자체의 실질적인 자율권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어 앞으로 지방자치가 성숙하게 정착하는데 개선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권한 부여는 반드시 그에 따른 책임을 수반한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에 적절한 권한이 부여되고 그에 맞는 책임 있는 지방행정이 이루어질 때, 성숙한 지방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중앙기관의 지자체 방만 운영에 대한 지적은 이러한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중앙기관이 지방자치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방자치를 성숙하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정의화 국회의장(사진 오른쪽)이 임정기 한국지역언론인클럽 회장에게 지방자치 발전과 관련한 평소의 철학과 소신을 밝히고 있다.

▲끝으로 완전한 지방자치를 위해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해달라.

-완전한 지방자치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우리는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주민의 행복 증진이다. 주민행복에 기여도가 성숙한 지방자치의 성과이며, 평가의 척도가 돼야 한다.

앞으로 완전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분권과 참여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주민행복에 대한 기여로서 지방자치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행복의 증진을 위해서 중앙과 지방 그리고 국민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앙은 지방의 사정을 전향적으로 이해하고 분권화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지방은 책임감을 가지고 분권을 요구하고,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키우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관점에서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 지방자치에 참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회에서도 보다 성숙한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데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