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남춘 의원

정부가 최근 주민세 인상 추진 등 교부금을 빌미로 지자체의 자체노력을 압박하는 가운데, 정작 정부는 그동안 지자체로 이양된 국가사무에 대한 재정지원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인천 남동갑) 의원은 2일 “행정자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는 지난 13년간 중앙행정기관 권한 사무 약2천여건을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당연히 지원해야 할 소요비용 약2조5천억원은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제 행자부 등이 지난해 추진한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의 지방이양에 따른 소요비용 산정모델 개발과 적용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지방으로 이양이 완료된 사무 1천967건을 처리하기 위해 지자체가 사용한 비용이 2조4천550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현행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1조에 의하면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한 사무가 원활히 처리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병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정부가 지금껏 재정지원을 외면한 것은 사실상 법규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는 과거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시절인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3년간 총 3천101건의 국가사무를 지방이양 사무로 확정했으나, 실제 법령개정 등을 통해 지방으로 이양 완료한 건수는 1천998건(64.4%)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미 이양된 1천103건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중단된 상태로, 행자부와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올해 우선적으로 법 개정이 필요한 사무 633개(20개 부처, 109개 법률)에 대해 일괄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처럼 이양된 사무에 대한 재정지원 등 후속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현 정부들어 새로 출범한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9월까지 국가 총사무 재배분 작업을 실시해 2천122건을 신규로 추가 발굴, 이를 단계적으로 이양하겠다는 추진계획을 밝힌 바 있어, 지방자치와 재정분권 확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 자체가 의심받고 있다.

박남춘 의원은 “정부는 지자체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교부금 등 재원 지원을 빌미로 지자체에 자체적인 재정확충 노력을 강요하고 있지만, 이면으로는 정작 정부 스스로 법규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정부가 재정지원책 없이 또 다시 2천여건의 업무를 지방으로 이양할 경우 지방정부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만큼, 올바른 지방자치・재정분권이 확립될 수 있도록 이양사무에 대한 재원보전 약속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