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중심의 개헌논의 필요성 대두

 우리나라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중앙의 압도와 지방의 몰락이라는 비정상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교정하기에 현행 헌법은 무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조충훈 순천시장)가 지난달 29일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시대정신과 헌법개정 세미나’에서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더 이상 한국사회를 이끄는 시대정신을 담지 못한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적 비전이 제시돼야 하고, 한반도의 재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현행 헌법에 대해 ▲자치와 분권, 공간적 권력분립을 이념적으로 향도할 원칙 규정의 부재 ▲풀뿌리 민주정치의 실종 ▲주민의 자치권에 대한 규정 전무 ▲조세의 부과, 징수, 배분 등에 관한 중앙독점 당연시 ▲국가와 지자체, 지자체 상호간 협력 및 조정제도 불비 ▲지방분권적 평화통일 조항 불비 등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영역에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지만, 현행 헌법은 무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제 헌정사의 기본 방향을 기능적 권력 분립과 공간적 권력 분립이 함께 작동하는 자치와 분권의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며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정상화하고, 민주공화국을 바로 세우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임성호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시대정신과 시민중심적 개헌 논의’란 발제를 통해 “개헌논의 초기에는 온갖 다양하게 파편화된 주장이 분출될 텐데 양극적 대립을 계속하는 정치권이 그것을 잘 조정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며 “양극화의 폐해를 낳고 겪고 있는 정치권이 개헌논의를 처음부터 주도하지 말고, 시민중심의 개헌논의가 충분히 진행돼, 대략의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조성된 후에 공식적 개정안 제안 및 의결 단계에서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권력의 정당성과 유효성을 훨씬 더 깊이 고민하고 삶의 ‘구체적인 영역’을 문제 삼는 개헌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수준 높은 자기완결성이 자치분권이 가져야 할 내용이며, 그것을 헌법 속에 새겨 넣는 것이야말로 한국사회의 도약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개헌논의”라고 지적했다.